Section2-이야기속으로

 
 

교0-001 Who am I · 섹션 2 · 이야기 속으로

나를 찾은 사람들, 나를 잃은 새
열 편의 이야기

 

자기를 잊은 독수리부터 코끼리를 만진 여섯 사람까지, 나를 찾고 잃은 열 편의 이야기를 만납니다.

잃어버린 나

독수리, 미운 오리 새끼, 이름을 빼앗긴 소녀

나를 비추는 도구

듣기, 세 거울, 낱말, 질문

나를 향한 여행

보물 지도, 바다의 목소리, 코끼리의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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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지도

영화에 앞서 만나는 열 편

 
1 닭이 된 독수리자기를 잊어버린 새
2 모모들어주는 아이
3 크리스마스 캐럴스크루지 할아버지의 세 거울
4 연금술사양치기 산티아고의 보물 지도
5 모아나바다가 부르는 소리
6 헬렌 켈러물이라는 낱말, 우물가
7 화씨 451클라리세의 질문 — 당신은 행복한가요
8~10미운 오리 새끼 · 센과 치히로 · 코끼리를 만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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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 우화

닭이 된 독수리

 

가나의 교육자 제임스 크웨기르 애그리(1875~1927)가 즐겨 들려주던 〈독수리 우화〉가 뿌리입니다. 그는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라고 외치며 이야기를 마쳤다고 합니다.

1

병아리 틈에서

소년이 주워 온 독수리 알이 암탉 둥지에서 부화합니다. 아기 독수리는 자기가 닭인 줄 알고 모이를 쪼며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2

쓰지 못한 발톱과 날개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를 돌에 갈아 뭉툭하게 만들고, 날개 밑이 근질거려도 날고 싶다는 신호인 줄 몰랐습니다. 들쥐 떼 앞에서도 숨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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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 우화

꿈도 꾸지 마

 
1

하늘의 커다란 새

늙은 독수리가 감탄합니다. 저렇게 멋진 새도 있구나. 옆의 닭이 말합니다. 너는 들쥐한테도 쫓겨 다니는 닭이니까 꿈도 꾸지 마.

2

다시 모이를 쪼다

늙은 독수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모이를 쪼았습니다. 자기 안에 날개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아무도 괴롭히지 않았는데, 스스로 자기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독수리는 평생 땅만 보고 살았습니다.

2022년 여름의 우리 교실에서는 오세호가 이 이야기를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교실이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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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 두 번째 독해

닭들의 말이 한 일

 

닭들은 악당이 아닙니다. 거짓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기들이 아는 세계의 말로 독수리를 불렀을 뿐입니다.

1

우리 주변의 말들

넌 원래 조용하잖아, 넌 운동은 아니지, 너희 집은 다 그렇잖아. 나쁜 뜻 없는 말들이 한 사람의 하늘을 조금씩 낮춥니다.

📌 기억할 두 가지

1

남의 말이 곧 나는 아니다

2

내가 무심코 하는 말이 누군가의 날개를 접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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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 · 두 번째 독해 · 이어서

닭들의 말이 한 일

 

🤔 생각해 볼 질문

독수리가 자기를 알아차릴 기회는 언제였을까? 발톱이 자랄 때, 날개가 근질거릴 때, 하늘의 새를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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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 · 소설

모모 — 들어주는 아이

 

미하엘 엔데가 1973년에 발표한 『모모』의 주인공은 거지 차림의 작은 소녀입니다. 그가 누구보다 잘한 일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었습니다.

1

해결책 없는 상담

모모는 해결책을 말해 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커다란 눈으로 끝까지 들어줄 뿐인데, 사람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 돌아갔습니다.

2

교실의 대답들

신서영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어서, 신서정은 털어놓아 마음이 편해져서, 오세호는 털어놓는 동안 해결책을 알게 되어서라고 답했습니다 — 셋 다 정답입니다.

엉킨 실타래 같은 고민도 말로 풀어내다 보면 실마리가 보입니다. 말하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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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2 · 소설

회색 신사와 두 개의 열쇠

 
1

회색 신사들

수다 떠는 시간, 노래하는 시간, 하늘을 보는 시간을 저축하라고 부추깁니다. 속은 사람들은 점점 바빠지고 메말라 갑니다.

2

가장 먼저 사라진 것

시간을 도둑맞은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보내는 시간부터 없앴습니다. 효율만 남은 삶에서 느린 질문들이 먼저 사라집니다.

🔑 나를 아는 두 열쇠

1

듣기 —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

2

말하기와 쓰기 — 엉킨 생각도 입 밖으로 꺼내거나 글로 적으면 모양이 잡힌다

🤔 생각해 볼 질문

지금 내 머릿속에 엉켜 있는 고민 하나를 세 문장으로 적으면 어떤 모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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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3 · 소설

스크루지를 찾아온 세 유령

 

찰스 디킨스가 1843년에 발표한 『크리스마스 캐럴』.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 스크루지에게 크리스마스 이브 밤, 세 유령이 찾아옵니다.

1

과거의 유령

외로웠던 소년과 아직 따뜻했던 젊은 날 — 자기가 언제 어떻게 차가운 사람이 되었는지를 봅니다.

2

현재의 유령

직원 밥 크래치트의 가난하지만 서로를 아끼는 식탁 — 자신의 인색함이 드리운 그늘을 봅니다.

3

미래의 유령

가장 무서운 장면 —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자신의 죽음입니다.

다음 날 아침, 스크루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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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3 · 성찰의 틀

세 유령은 세 개의 거울

 

스크루지가 변한 것은 유령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세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처음으로 정면에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거울비추는 것사용법
과거나는 어떤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나자랑스러웠던 순간(강점)과 부끄러웠던 순간(과제)을 함께 찾는다
현재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가가족과 친구, 곁의 사람들을 본다
미래이대로 살면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지금처럼 산 10년 뒤와 조금 달라진 10년 뒤를 나란히 그린다

자기를 보는 것, 그것이 변화의 시작입니다. 두 미래 그림의 차이가 클수록 오늘 할 일이 분명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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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3 · 생각하기

내가 피하고 싶은 거울

 
1

생각하기 1

세 거울 가운데 가장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거울은 어느 것인가요. 왜 그럴까요.

2

생각하기 2

미래의 거울에 비친 1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한마디 한다면 뭐라고 할 것 같나요.

자랑스러웠던 순간에는 나의 강점이, 부끄러웠던 순간에는 나의 과제가 들어 있습니다. 둘 다 나의 재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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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4 · 소설

양치기 산티아고의 보물 지도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안달루시아의 어린 양치기 산티아고는 이집트 피라미드에 보물이 있다는 꿈을 두 번 꾸고 길을 떠납니다.

1

여행의 굴곡

사막에서 도둑을 만나 빈털터리가 되고,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며 다시 일어서고, 신비한 연금술사를 만나 배웁니다.

2

뜻밖의 결말

피라미드 앞에서 강도에게 두들겨 맞던 중, 두목이 흘린 꿈 이야기 속 무너진 성당과 무화과나무 — 바로 자기의 출발점이었습니다.

보물은 처음부터 출발점에 묻혀 있었지만, 그 자리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 소년은 대륙 하나를 건너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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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4 · 소설

떠난 소년과 남은 어른

 
1

크리스털 가게 주인

메카 순례가 평생의 꿈이었고 돈도 길도 있었지만 떠나지 않습니다. 꿈을 이루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봐, 꿈을 꿈인 채로 간직합니다.

2

소설의 시선

그를 나쁘게 그리지 않습니다. 다만 창가에서 순례자들을 바라보는 쓸쓸한 눈빛을 오래 비춥니다.

나는 누구인가의 답은 서랍 속 완성품이 아닙니다. 나를 찾는 일은 숨은그림찾기가 아니라 여행에 가깝습니다.

🤔 생각해 볼 질문

나는 내 질문을 향해 걷는 쪽인가, 창가에서 바라보는 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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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5 · 애니메이션

모아나 — 두 개의 목소리

 
1

어른들의 목소리

섬에 남아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2

바다의 목소리

수평선 너머로 나가 보라 — 자기 마음 깊은 곳의 목소리입니다.

3

모아나가 찾은 길

바다를 사랑하는 나로서 섬을 이끄는 길. 두 목소리는 싸우는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모아나는 나다움과 책임을 맞바꾸지 않았습니다. 뒤에서 만날 심바의 고민과 정확히 이어지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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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5 · 애니메이션

너의 그 모습이 틀리지 않았다

 

모두가 바다를 두려워할 때 할머니 탈라만은 조상들이 원래 바다를 항해하던 사람들이었다는 진실을 보여 줍니다. 마음의 소리는 핏줄의 기억이었습니다.

심바라피키
모아나할머니 탈라
슈렉동키

🤔 생각해 볼 질문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부딪칠 때 나는 어느 쪽의 손을 드는가? 나의 탈라 할머니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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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6 · 실화

헬렌 켈러의 우물가

 

태어난 지 열아홉 달 만에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은 헬렌에게 세상은 캄캄하고 조용한 감옥이었습니다. 1887년 봄, 가정교사 앤 설리번이 찾아옵니다.

1

의미 없는 손장난

설리번은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써서 낱말을 가르치려 했지만, 헬렌에게는 의미 없는 손장난일 뿐이었습니다.

2

우물가의 번개

한 손에 차가운 물을 흘려 보내며 다른 손바닥에 '물'을 반복해서 씁니다. 그 순간 헬렌은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날 하루에만 서른 개의 낱말을 배웠고, 헬렌은 자라서 대학을 마치고 작가이자 사회운동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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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6 · 실화

낱말이 생기자 내가 생겼다

 

낱말이 생기자 세계가 생겼고, 세계가 생기자 나가 생겼습니다. 이름 붙이기 전의 헬렌에게는 자기 자신조차 흐릿한 안개였습니다.

1

이 단원이 하는 일

나의 성격에, 기분에, 꿈에 낱말을 붙이는 것 — 나는 김밥이다, 나는 화가 나면 불꽃이 튄다, 나는 꾸준한 거북이다.

낱말을 얻은 만큼 나는 선명해집니다. 글쓰기가 자기를 아는 가장 좋은 도구인 이유입니다.

🤔 생각해 볼 질문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한 내 마음에 오늘 이름을 하나 지어 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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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7 · 소설

클라리세의 질문

 

레이 브래드베리가 1953년에 발표한 『화씨 451』. 책이 금지된 미래, 주인공 몬태그는 책을 불태우는 방화수입니다.

1

생각할 시간이 없는 세계

사람들은 벽면 텔레비전에 둘러싸여 쉴 새 없이 오락을 즐기고, 몬태그도 아무 의심 없이 살아갑니다.

2

옆집 소녀의 한마디

어느 밤 클라리세가 묻습니다. 당신은 행복한가요. 웃어넘긴 질문이 가시처럼 마음에 박힙니다.

몬태그의 발견 — 행복한지조차 생각해 본 적 없었다는 것, 자기 삶인데 자기가 살고 있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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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7 · 소설

질문이 주는 두 가지 선물

 
1

첫째, 질문의 힘

클라리세는 가르치지도 설교하지도 않았습니다. 질문 하나를 건넸을 뿐인데, 그 질문이 한 사람의 인생을 돌려세웠습니다.

2

둘째, 좋은 질문이 자라는 곳

화면 앞에서 시간을 태우는 동안 클라리세는 걷고, 빗물 맛을 보고, 낙엽 냄새를 맡았습니다. 좋은 질문은 자기 삶을 직접 사는 사람에게서 자랍니다.

질문이 없는 삶은 벽면 텔레비전 앞의 삶, 질문이 있는 삶은 그 앞을 떠나 걷기 시작한 삶입니다.

🤔 생각해 볼 질문

우리의 세계에서 벽면 텔레비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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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8 · 동화

미운 오리 새끼

 

안데르센이 1843년에 발표한 동화. 크고 못생긴 새끼는 오리에게 쪼이고, 닭에게 비웃음받고, 모이 주던 소녀에게 밀쳐져 둥지를 떠납니다.

1

슬픈 풀이

사냥개가 코앞까지 왔다가 지나가자 새끼는 풀이합니다. 나는 사냥개도 물기 싫을 만큼 못생겼구나.

2

물에 비친 모습

봄, 백조들에게 차라리 죽임을 당하겠다며 다가가 고개를 숙이는 순간 — 물에 비친 것은 한 마리의 백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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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8 · 거울처럼

독수리와 백조의 갈림길

 
닭들 틈의 독수리오리들 틈의 백조
결말끝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닭으로 늙었다늦게나마 자기를 알아보았다
갈림길남들이 부르는 이름을 그대로 믿었다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자기 눈으로 보았다
1

연못 앞의 심바

뒤에서 만날 심바도 연못에 비친 얼굴 앞에서 자기를 되찾습니다. 옛 동화와 영화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장면을 그렸습니다.

자기를 아는 일의 어느 대목에는 남의 말이 아니라 자기 눈으로 자기를 들여다보는 순간이 반드시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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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8 · 잣대

오리 마당의 채점표

 
1

문제는 잣대

새끼는 한 번도 못생긴 새였던 적이 없습니다. 오리처럼 생겨야 잘생긴 오리 마당의 잣대로 재어졌을 뿐입니다.

2

받아 적은 채점표

잣대를 의심할 줄 몰라 남의 채점표를 마음에 옮겨 적었고, 그 뒤로는 세상 모든 일이 그 채점표의 증거처럼 보였습니다.

3

새로워진 것은 눈

새끼는 태어날 때부터 백조였습니다. 달라진 것은 새가 아니라 새가 자기를 아는 방식이었습니다.

🤔 생각해 볼 질문

내 마음속 채점표의 점수는 누가 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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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9 · 애니메이션

이름을 빼앗긴 소녀 — 센과 치히로

 

미야자키 하야오의 2001년 작품. 열 살 치히로는 신들의 세계에서 마녀 유바바에게 이름 글자를 빼앗기고 센이라는 한 글자만 남겨 받습니다.

1

무서운 규칙

이름을 빼앗긴 자는 원래 이름을 잊고, 완전히 잊으면 돌아갈 길도 잊은 채 영영 그 세계에 붙들립니다. 하쿠가 그렇게 붙들린 존재입니다.

2

이름을 지킨 소녀

치히로는 이름을 마음 깊이 간직했고, 옛 옷 속 작별 카드의 제 이름을 다시 읽은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3

이름을 되찾은 소년

치히로가 찾아 준 진짜 이름,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 이름을 기억해 낸 하쿠는 비늘이 벗겨지듯 자유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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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9 · 우리 세계

부드럽게 일하는 유바바

 

이름은 내가 어디에서 왔고 누구에게 속하고 무엇으로 불려 왔는지를 담은 작은 항해 일지입니다. 그것을 지우면 사람은 시키는 일만 하는 일꾼 센으로 줄어듭니다.

1

우리 세계의 유바바

번호로 불리는 자리, 등수가 이름을 대신하는 자리, 팔로워 몇 명이 이름 위에 덧칠되는 자리. 번호에 담기지 않는 나를 조금씩 잊게 됩니다.

2

치히로의 방법

잊지 않도록 이따금 꺼내 보는 것. 내 이름의 뜻, 지어 준 사람의 마음, 이름 곁에 쌓인 나의 이야기들을.

🤔 생각해 볼 질문

하쿠는 이름을 잊어 붙들렸고 치히로는 지켜서 돌아왔다. 이 규칙을 현실의 말로 바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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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0 · 우화

코끼리를 만진 여섯 사람

 

가장 오래된 기록은 불교 경전 『우다나』이고, 사람 수를 여섯으로 못 박은 것은 19세기 시인 존 고드프리 색스입니다.

만진 곳코끼리는…만진 곳코끼리는…
다리기둥 같다귀부채 같다
꼬리밧줄 같다배벽 같다
코굵은 뱀 같다상아창 같다

여섯 답 가운데 거짓은 하나도 없습니다. 틀린 것은 한 부분을 만지고 전체를 판단한 그 성급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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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10 · 코끼리 자리에 나를

부분의 보고서, 전체의 판결

 
1

여러 손이 만지는 나

짝은 교실의 나를, 가족은 집의 나를, 게임 친구들은 화면 속의 나를 만집니다. 저마다 만진 만큼은 진실이지만 전체는 아닙니다.

2

흔들리지 않을 이유

너는 조용한 애야, 너는 웃긴 애야 — 코끼리 다리를 만진 손의 보고서일 뿐입니다. 평가 한마디에 온몸을 맡길 일이 아닙니다.

3

가장 서늘한 대목

나 자신도 나라는 코끼리를 만지는 여러 손 가운데 하나입니다. 내가 아는 나 역시 내 손이 닿는 범위의 보고서입니다.

내 손, 가족, 친구, 글쓰기의 보고서를 겹칠 때 코끼리의 윤곽이 온전해집니다. 이 단원의 활동이 하려는 일이 그 이어 붙이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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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이야기

텔레비전은 바보 상자다?

 

2022년 여름 교실 칠판의 속담. 중독되면 성적이 나빠진다는 오세준의 대답, 엄마한테 혼나고 쫓겨난다는 하준의 대답에 교실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1

문제는 보는 태도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정보가 들어왔다가 그대로 빠져나갑니다. 영상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2

생각하면서 보면

내가 저 상황이라면, 저 인물은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물으며 보면 같은 화면이 생각의 재료로 바뀝니다. 천재가 되느냐는 오세준의 장난스러운 물음에는, 천재에 버금가는 사람 정도는 될 수 있다고 답해 주었습니다.

우리가 볼 두 편은 나는 누구인가를 정면으로 다루는 철학 텍스트입니다. 생각하면서 보는 재미는 그냥 보는 재미보다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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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정리

열 편의 이야기를 마치며

 

✅ 오늘의 정리

1

자기가 누구인지 묻지 않으면 날개를 가진 독수리도 땅만 보고 산다

2

듣기와 말하기·쓰기, 그리고 좋은 질문이 나를 아는 열쇠다

3

나를 찾는 일은 숨은그림찾기가 아니라 여행이다

4

남의 잣대가 아니라 자기 눈으로 자기를 들여다보는 순간이 필요하다

5

남의 평가는 부분의 보고서이며, 여러 보고서를 이어 붙일 때 내 윤곽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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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0-001 Who am I · SECTION 2 · 이야기 속으로

섹션 2.

이야기 속으로 — 나를 찾은 사람들, 나를 잃은 새

자기를 잊은 독수리부터 코끼리를 만진 여섯 사람까지, 나를 찾고 잃은 열 편의 이야기를 만납니다.

📖 전문 11장⏱ 읽기 약 20분

🗺️ 이 페이지의 구성

본격적인 영화 감상에 앞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 열 편을 만나 보겠습니다. 새 한 마리, 잘 들어주는 아이, 구두쇠 할아버지, 양치기 소년, 바다를 사랑한 소녀, 우물가의 소녀, 질문을 던진 이웃집 소녀, 그리고 자기가 백조인 줄 몰랐던 어린 새, 이름을 빼앗긴 소녀, 코끼리를 만진 여섯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01

CHAPTER 01

📌 이야기 1. 닭이 된 독수리 — 자기를 잊어버린 새

📌 이 장의 핵심

▸ 닭들 틈에서 자란 독수리는 자기가 누구인지 묻지 않아 평생 땅만 보고 살았습니다.

▸ 악의 없는 주변의 말들이 쌓여 한 사람의 자기 인식이 되기도 합니다.

아프리카에서 건너와 온 세계로 퍼진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뿌리로 꼽히는 것은 가나의 교육자 제임스 크웨기르 애그리(1875~1927)가 사람들 앞에서 즐겨 들려주던 〈독수리 우화〉입니다. 애그리는 이야기를 마칠 때마다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닭의 모이에 만족하지 말고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라고 말입니다. 이야기가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는 사이 알에서 시작하는 판본도 생겼는데, 우리가 읽을 것이 그 판본입니다.

어느 날 한 소년이 산에서 독수리 알을 주워 와 암탉의 둥지에 넣어 두었습니다. 독수리 알은 병아리들 틈에서 부화했고, 아기 독수리는 자기가 닭인 줄 알고 자랐습니다. 닭처럼 모이를 쪼고, 닭처럼 땅만 보고 걸었습니다.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가 자라났지만 쓸 줄을 몰라 돌에 갈아 뭉툭하게 만들었습니다. 날개 밑이 근질거려도 그것이 날고 싶다는 신호인 줄 몰랐습니다. 들쥐 떼가 습격해 왔을 때도 다른 닭들처럼 숨기만 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늙은 독수리가 된 어느 날, 하늘 높이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늙은 독수리는 감탄하며 중얼거렸습니다. 저렇게 멋진 새도 있구나. 옆에 있던 닭이 말했습니다. 너는 들쥐한테도 쫓겨 다니는 닭이니까 꿈도 꾸지 마. 늙은 독수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모이를 쪼았습니다. 자기 안에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말입니다.

2022년 여름의 우리 교실에서는 오세호가 이 이야기를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교실이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이 이야기가 무서운 것은 독수리가 벌을 받아서가 아닙니다. 아무도 독수리를 괴롭히지 않았는데도, 독수리 스스로 자기가 누구인지 묻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평생 땅만 보고 살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건너뛰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 짧은 우화가 가장 서늘하게 보여 줍니다.

💡 한 줄 정리누구도 괴롭히지 않았는데, 묻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로 독수리는 날개를 잊었습니다.

이 이야기에는 두 번째 독해도 있습니다. 독수리 곁의 닭들에 주목하는 독해입니다. 닭들은 악당이 아닙니다. 거짓말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자기들이 아는 세계의 말로 독수리를 불렀을 뿐입니다. 너는 우리처럼 모이를 쪼는 새야, 너는 들쥐한테 쫓기는 새야, 꿈도 꾸지 마. 그 말들이 매일 쌓여 독수리의 자기 인식이 되었습니다.

우리 주변의 말들도 그렇게 일합니다. 넌 원래 조용하잖아, 넌 운동은 아니지, 너희 집은 다 그렇잖아. 나쁜 뜻 없이 오가는 말들이 한 사람의 하늘을 조금씩 낮춥니다. 그러니 두 가지를 기억합시다. 남의 말이 곧 나는 아니라는 것, 그리고 내가 무심코 하는 말이 누군가의 날개를 접게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 한 줄 정리남의 말이 곧 나는 아니며, 내 말도 누군가의 날개를 접게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하기 1. 독수리는 언제 자기가 독수리임을 알아차릴 기회가 있었을까요. 발톱이 자랄 때, 날개가 근질거릴 때, 하늘의 새를 볼 때. 그 기회들을 놓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생각하기 2. 여러분 안에도 아직 써 보지 않은 발톱과 날개가 있을지 모릅니다. 내가 가진 것 가운데 아직 제대로 꺼내 보지 않은 가능성 하나를 적어 봅시다.

🤔 핵심 질문

나는 남이 불러 준 이름을 그대로 나라고 믿고 있지는 않은가?

 
02

CHAPTER 02

📌 이야기 2. 모모 — 들어주는 아이

📌 이 장의 핵심

▸ 모모는 해결책 없이 끝까지 들어주기만 했는데도 사람들은 스스로 답을 찾았습니다.

▸ 회색 신사들에게 시간을 빼앗긴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보내는 시간부터 없앴습니다.

▸ 듣기, 그리고 말하기와 쓰기가 나를 아는 두 열쇠입니다.

🔑 회색 신사

효율을 내세워 느린 질문과 자기 자신과의 시간을 빼앗는 존재

독일 작가 미하엘 엔데가 1973년에 발표한 소설 『모모』의 주인공은 거지 차림의 작은 소녀입니다. 모모에게는 신기한 능력이 하나 있었습니다. 책의 한 대목이 그 능력을 이렇게 짚습니다. 작은 모모가 다른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잘한 일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여 듣는 것이었다고 말입니다.

독일어 원문의 이 문장은 우리말 번역본마다 표현이 조금씩 달라서, 여기서는 뜻을 옮겨 적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고민이 생기면 모모를 찾아갔습니다. 모모는 해결책을 말해 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저 커다란 눈으로 바라보며 끝까지 들어줄 뿐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 돌아갔습니다.

2022년 우리 교실에서 이 대목을 함께 읽고 물었습니다. 모모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왜 문제가 해결되었을까요. 신서영이 답했습니다.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질문의 답을 자기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요. 신서정은 고민을 털어놔서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라고 했고, 오세호는 고민을 털어놓는 동안에 본인이 해결책을 알게 되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셋 다 정답입니다. 엉킨 실타래 같은 고민도 말로 풀어내다 보면 실마리가 보입니다. 말하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뒷부분에는 더 서늘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마을에 회색 신사들이 나타나 사람들에게 시간을 저축하라고 부추깁니다. 친구와 수다 떠는 시간, 노래하는 시간, 가만히 하늘을 보는 시간을 아껴 저축하면 나중에 돌려받는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속아 넘어가 시간을 바치고, 점점 바빠지고, 점점 메말라 갑니다.

시간을 도둑맞은 사람들의 공통점이 무엇이었을까요. 자기 자신과 보내는 시간부터 없앴다는 것입니다. 효율만 남은 삶에서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것이 나는 누구인가 같은 느린 질문들입니다. 학원과 숙제와 영상 사이를 바쁘게 오가는 우리의 하루에도 회색 신사들이 다녀가는지도 모릅니다.

모모 이야기는 나를 아는 일에 두 가지 열쇠를 건네줍니다. 첫째 열쇠는 듣기입니다.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은 그 자체로 힘이 있는 사람입니다. 둘째 열쇠는 말하기와 쓰기입니다. 내 마음속 엉킨 생각도 입 밖으로 꺼내거나 글로 적어 보면 모양이 잡힙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커다란 질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머릿속으로만 굴리지 말고 말하고 써 봐야 답이 자랍니다. 이 단원에 글쓰기 활동이 유난히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한 줄 정리머릿속으로만 굴리지 말고 말하고 써 봐야 답이 자랍니다.

생각하기 1. 최근에 누군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줘서 고마웠던 적이 있나요. 반대로 내가 누군가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준 적은요.

생각하기 2. 지금 내 머릿속에서 엉켜 있는 고민 하나를 딱 세 문장으로 적어 봅시다. 적고 나니 고민의 모양이 조금 선명해졌나요.

 
03

CHAPTER 03

📌 이야기 3. 스크루지 할아버지의 세 거울 — 크리스마스 캐럴

📌 이 장의 핵심

▸ 스크루지를 찾아온 세 유령은 과거·현재·미래를 비추는 세 개의 거울입니다.

▸ 스크루지가 변한 것은 자기 모습을 처음으로 정면에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 세 거울

과거(어떻게 왔나)·현재(지금 어떤 존재인가)·미래(어떤 사람이 될까)를 비추는 자기 성찰의 틀

영국 작가 찰스 디킨스가 1843년에 발표한 『크리스마스 캐럴』의 주인공 스크루지는 소문난 구두쇠입니다. 돈밖에 모르고, 직원에게 인색하고, 크리스마스 인사조차 흥, 하고 받아치는 노인입니다. 그런 스크루지에게 크리스마스 이브 밤, 세 유령이 차례로 찾아옵니다.

과거의 유령은 스크루지를 어린 시절로 데려갑니다. 외로웠던 소년, 그리고 아직 따뜻했던 젊은 날의 자신을 보며 스크루지는 자기가 언제 어떻게 차가운 사람이 되었는지를 봅니다. 현재의 유령은 직원 밥 크래치트의 집을 보여 줍니다. 가난하지만 서로를 아끼는 가족의 저녁 식탁 앞에서, 스크루지는 자신의 인색함이 남의 삶에 어떤 그늘을 드리우는지 봅니다. 미래의 유령이 보여 주는 것은 가장 무섭습니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자신의 죽음입니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스크루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세 유령의 정체는 사실 세 개의 거울입니다. 나는 어떤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나 비추는 과거의 거울, 나는 지금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인가 비추는 현재의 거울, 이대로 살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 비추는 미래의 거울. 스크루지가 변한 것은 유령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세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처음으로 정면에서 보았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보는 것, 그것이 변화의 시작입니다.

세 거울에는 각각 사용법이 있습니다. 과거의 거울을 볼 때는 두 가지를 함께 찾습니다. 자랑스러웠던 순간과 부끄러웠던 순간입니다. 자랑스러웠던 순간에는 나의 강점이, 부끄러웠던 순간에는 나의 과제가 들어 있습니다. 둘 다 나의 재료입니다. 현재의 거울을 볼 때는 곁의 사람들을 봅니다.

나는 요즘 가족에게, 친구에게 어떤 존재인가. 스크루지가 밥 크래치트의 식탁에서 본 것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미래의 거울을 볼 때는 두 개의 미래를 나란히 그립니다. 지금처럼 살았을 때의 10년 뒤와, 오늘 조금 달라졌을 때의 10년 뒤입니다. 두 그림의 차이가 클수록, 오늘 할 일이 분명해집니다.

생각하기 1. 세 거울 가운데 여러분이 가장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거울은 어느 것인가요. 왜 그럴까요.

생각하기 2. 미래의 거울에 비친 1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한마디 한다면 뭐라고 할 것 같나요.

☑️ 세 거울 사용법

☑️ 과거의 거울: 자랑스러웠던 순간과 부끄러웠던 순간을 함께 찾는다

☑️ 현재의 거울: 나는 가족과 친구에게 어떤 존재인지 곁의 사람들을 본다

☑️ 미래의 거울: 지금처럼 산 10년 뒤와 조금 달라진 10년 뒤를 나란히 그린다

 
04

CHAPTER 04

🔄 이야기 4. 양치기 산티아고의 보물 지도 — 연금술사

📌 이 장의 핵심

▸ 산티아고의 보물은 처음부터 출발점에 있었지만, 그것을 알아볼 눈은 여행 속에서 자랐습니다.

▸ 나를 찾는 일은 숨은그림찾기가 아니라 여행에 가깝습니다.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의 주인공은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어린 양치기 산티아고입니다. 산티아고는 같은 꿈을 두 번 꿉니다. 이집트 피라미드에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꿈입니다. 소년은 양 떼를 팔고 아프리카를 건너는 긴 여행을 떠납니다. 사막에서 도둑을 만나 빈털터리가 되기도 하고, 크리스털 가게에서 일하며 다시 일어서기도 하고, 신비한 연금술사를 만나 배우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결말은 뜻밖입니다. 피라미드 앞까지 간 산티아고는 강도들에게 붙잡혀 흠씬 두들겨 맞습니다. 그때 두목이 비웃으며 자기 꿈 이야기를 흘립니다. 자기도 스페인의 어느 무너진 성당, 무화과나무가 자라는 그 자리에 보물이 묻혀 있는 꿈을 두 번이나 꾸었지만 그깟 꿈 때문에 사막을 건널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산티아고는 그 말에 웃습니다. 그 성당이 바로 자기가 양 떼를 재우던 출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으로 돌아온 소년은 무화과나무 아래를 파서 금화와 보석이 든 상자를 실제로 찾아냅니다. 그러니 보물은 있었습니다. 다만 처음부터 출발점에 묻혀 있었고, 그 자리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까지 소년은 대륙 하나를 건너야 했습니다. 소설이 보물을 부르는 말인 자아의 신화라는 표현이 힌트입니다. 보물 지도의 엑스 표시는 지도 위에도 있었지만, 그것을 읽어 내는 눈은 걷는 사람 안에서 자란 셈입니다.

소설 속의 한 사람을 더 소개하겠습니다. 산티아고가 여행 중에 만난 크리스털 가게 주인입니다. 그에게도 평생의 꿈이 있었습니다. 성지 메카로 순례를 떠나는 것입니다. 돈도 모았고 길도 압니다. 그런데 그는 떠나지 않습니다. 꿈을 이루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봐, 꿈을 꿈인 채로 간직하는 쪽을 골랐다고 말합니다.

소설은 그를 나쁘게 그리지 않습니다. 다만 창가에서 순례자들을 바라보는 그의 쓸쓸한 눈빛을 오래 비춥니다. 떠난 소년과 남은 어른. 두 사람의 대비는 우리에게 조용히 묻습니다. 너는 네 질문을 향해 걷는 쪽인가, 창가에서 바라보는 쪽인가.

💡 한 줄 정리떠난 소년과 남은 어른의 대비는 걷는 쪽인지 바라보는 쪽인지를 묻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도 똑같습니다. 이 질문의 답은 책상 서랍 어딘가에 완성품으로 숨겨져 있지 않습니다. 질문을 품고 걸어가는 동안, 겪고 넘어지고 일어나는 동안 조금씩 만들어집니다. 나를 찾는 일은 숨은그림찾기가 아니라 여행에 가깝습니다.

생각하기 1. 산티아고는 꿈을 따라 나섰다가 여러 번 크게 잃었습니다. 그래도 그 여행이 헛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생각하기 2. 여러분이 지금까지 겪은 일 가운데,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드는 데 한몫한 일이 있나요.

🤔 핵심 질문

나는 내 질문을 향해 걷는 쪽인가, 창가에서 바라보는 쪽인가?

 
05

CHAPTER 05

📌 이야기 5. 모아나 — 바다가 부르는 소리

📌 이 장의 핵심

▸ 모아나는 공동체의 목소리와 마음의 목소리를 모두 살리는 길을 찾았습니다.

▸ 자기를 찾는 여행에는 네 모습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 주는 한 사람이 큰 힘이 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주인공은 섬 추장의 딸입니다. 모아나에게는 두 개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나는 섬에 남아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는 어른들의 목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저 수평선 너머로 나가 보라는 바다의 목소리, 곧 자기 마음 깊은 곳의 목소리입니다. 모아나는 오래 흔들리다가 바다로 나아가고, 거친 모험 끝에 두 목소리가 싸우는 사이가 아니었음을 알게 됩니다. 바다를 사랑하는 나로서 섬을 이끄는 길, 두 목소리를 모두 살리는 길을 찾아낸 것입니다.

모아나 이야기가 값진 것은 나다움과 책임을 맞바꾸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나답게 살겠다며 가족과 공동체를 버리지도 않았고, 착한 딸이 되겠다며 자기 마음의 소리를 지우지도 않았습니다. 둘을 다 붙든 채 새 길을 냈습니다. 뒤에서 만날 심바의 고민과 정확히 이어지는 대목이니 기억해 두기 바랍니다.

모아나에게도 라피키가 있었다는 점을 짚어 둡시다. 할머니 탈라입니다. 섬사람 모두가 바다를 두려워할 때, 할머니만은 모아나에게 조상들이 원래 바다를 항해하던 사람들이었다는 진실을 보여 줍니다. 네 마음의 소리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네 핏줄의 기억이라고 말해 준 것입니다. 자기를 찾는 여행에는 이렇게 너의 그 모습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 주는 한 사람이 큰 힘이 됩니다. 심바에게는 라피키가, 모아나에게는 할머니가, 슈렉에게는 동키가 그 사람이었습니다.

생각하기. 여러분에게도 두 개의 목소리가 다투는 순간이 있나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이 부딪칠 때, 여러분은 주로 어느 쪽의 손을 들어 주나요. 그리고 여러분의 탈라 할머니는 누구인가요.

 
06

CHAPTER 06

🔑 이야기 6. 물이라는 낱말 — 헬렌 켈러의 우물가

📌 이 장의 핵심

▸ 헬렌 켈러는 우물가에서 '물'이라는 낱말을 깨치며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이 있음을 알았습니다.

▸ 낱말을 얻은 만큼 나는 선명해지며, 글쓰기는 자기를 아는 좋은 도구입니다.

🔑 이름 붙이기

마음·성격·꿈에 낱말을 붙여 나를 선명하게 만드는 일

미국의 헬렌 켈러는 태어난 지 열아홉 달 만에 큰 병을 앓고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었습니다.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아이에게 세상은 캄캄하고 조용한 감옥이었습니다. 말을 배울 수 없으니 원하는 것을 표현할 길도 없었고, 어린 헬렌은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는 것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일곱 살 생일을 몇 달 앞둔 1887년 봄, 앤 설리번이라는 가정교사가 찾아옵니다.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의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자를 쓰는 방법으로 낱말을 가르치려 했지만, 헬렌에게 그것은 의미 없는 손장난일 뿐이었습니다.

기적은 우물가에서 일어났습니다. 설리번이 헬렌의 한 손에 차가운 물을 흘려 보내며, 다른 손바닥에 물이라는 글자를 반복해서 썼습니다. 그 순간 헬렌의 머릿속에서 번개가 쳤습니다. 손에 닿는 이 차가운 것에 이름이 있다는 것, 세상 모든 것에 이름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헬렌은 훗날 그날을 회고하며, 그 살아 있는 낱말이 자기 영혼을 깨웠다고 적었습니다. 그날 하루에만 서른 개의 낱말을 배웠고, 배움에 눈뜬 헬렌은 자라서 대학을 마치고 작가이자 사회운동가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가 우리 단원에 놓이는 자리는 분명합니다. 낱말이 생기자 세계가 생겼고, 세계가 생기자 나가 생겼습니다. 이름 붙이기 전의 헬렌에게는 자기 자신조차 흐릿한 안개였습니다. 우리가 이 단원에서 하는 일도 일종의 이름 붙이기입니다. 나의 성격에, 나의 기분에, 나의 꿈에 낱말을 붙여 보는 것. 나는 김밥이다, 나는 화가 나면 불꽃이 튄다, 나는 꾸준한 거북이다. 낱말을 얻은 만큼 나는 선명해집니다. 글쓰기가 자기를 아는 가장 좋은 도구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 한 줄 정리나의 성격·기분·꿈에 낱말을 붙이는 일이 곧 나를 아는 일입니다.

생각하기 1. 여러분에게도 어떤 마음에 딱 맞는 낱말을 찾아서 후련해진 경험이 있나요.

생각하기 2. 아직 이름을 붙이지 못한 내 마음이 있다면, 오늘 하나만 이름을 지어 봅시다. 사전에 없는 낱말이어도 좋습니다.

 
07

CHAPTER 07

❓ 이야기 7. 클라리세의 질문 — 당신은 행복한가요

📌 이 장의 핵심

▸ 클라리세의 '당신은 행복한가요'라는 질문 하나가 몬태그의 삶을 돌려세웠습니다.

▸ 좋은 질문은 검색이 아니라 자기 삶을 직접 사는 사람에게서 자랍니다.

미국 작가 레이 브래드베리가 1953년에 발표한 소설 『화씨 451』은 책이 금지된 미래 사회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몬태그의 직업은 뜻밖에도 책을 불태우는 방화수입니다. 사람들은 벽면 텔레비전에 둘러싸여 쉴 새 없이 오락을 즐기고, 생각할 시간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몬태그도 그 세계에서 아무 의심 없이 살아갑니다. 그러던 어느 밤, 옆집 소녀 클라리세가 길에서 말을 걸어옵니다. 이런저런 엉뚱한 이야기 끝에 소녀가 묻습니다. 당신은 행복한가요.

몬태그는 웃어넘기지만, 그 질문은 가시처럼 마음에 박힙니다. 그날 밤 그는 처음으로 자기 삶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무서운 사실을 발견합니다. 자기가 행복한지 아닌지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 자기 삶인데 자기가 살고 있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균열에서 이야기 전체가 시작됩니다.

이 소설이 우리 단원에 주는 선물은 질문의 힘입니다. 클라리세는 몬태그를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설교도 하지 않았습니다. 질문 하나를 건넸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 질문이 한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돌려세웠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행복한가,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는가. 이런 질문들은 당장 답이 나오지 않아도 던지는 것만으로 힘을 발휘합니다. 질문이 없는 삶은 벽면 텔레비전 앞의 삶과 같고, 질문이 있는 삶은 그 앞을 떠나 걷기 시작한 삶이기 때문입니다.

💡 한 줄 정리답이 당장 나오지 않아도 질문은 던지는 것만으로 힘을 발휘합니다.

클라리세가 특별한 아이였다는 점도 눈여겨봅시다. 그 세계의 사람들이 화면 앞에서 시간을 태우는 동안, 클라리세는 걷고, 빗물의 맛을 보고, 낙엽 냄새를 맡고, 사람을 관찰했습니다. 그리고 물었습니다. 세상을 직접 만지고 느끼는 사람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들을 말입니다. 좋은 질문은 검색해서 얻는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을 직접 사는 사람에게서 자라난다는 것. 클라리세가 몬태그에게 준 것이자, 이 소설이 우리에게 주는 두 번째 선물입니다.

생각하기 1. 누군가 여러분에게 당신은 행복한가요 하고 묻는다면, 바로 답할 수 있나요. 답하기 어렵다면 왜 어려울까요.

생각하기 2. 몬태그의 세계에서 생각을 막은 것은 벽면 텔레비전이었습니다. 우리의 세계에서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 핵심 질문

누군가 '당신은 행복한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바로 답할 수 있는가?

 
08

CHAPTER 08

📌 이야기 8. 미운 오리 새끼 — 자기를 늦게 알아본 새

📌 이 장의 핵심

▸ 미운 오리 새끼는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자기 눈으로 보고서야 백조임을 알았습니다.

▸ 새끼가 못생긴 것이 아니라 오리 마당의 잣대가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 달라진 것은 새가 아니라 새가 자기를 아는 방식이었습니다.

🔑 오리 마당의 잣대

나와 맞지 않는 남의 기준으로 나를 재는 채점표

덴마크 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이 1843년에 발표한 동화입니다. 어느 오리 둥지에서 유난히 크고 못생긴 새끼 한 마리가 태어납니다. 형제들과 닮은 구석이 없는 이 새끼는 태어난 첫날부터 구박덩이가 됩니다. 오리들은 못생겼다고 쪼아 대고, 닭들은 비웃고, 모이를 주던 소녀까지 발로 밀쳐 냅니다. 견디다 못한 새끼는 둥지를 떠나 떠돌이가 됩니다. 늪에서는 사냥개가 코앞까지 왔다가 그냥 지나가는데, 새끼는 그것마저 이렇게 풀이합니다.

나는 사냥개도 물기 싫을 만큼 못생겼구나. 얼어붙은 겨울 연못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길고 서러운 계절을 지나 봄이 옵니다. 새끼는 물 위를 미끄러지듯 떠 가는 눈부신 새들, 백조들을 보고 차라리 저 아름다운 새들에게 죽임을 당하는 편이 낫겠다며 다가갑니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봅니다. 거기 있는 것은 못생긴 오리가 아니라 한 마리의 백조였습니다.

섹션 2의 첫 이야기를 기억한다면, 이 동화가 그 이야기와 거울처럼 마주 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닭들 틈의 독수리는 끝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고 닭으로 늙었습니다. 오리들 틈의 백조는 늦게나마 자기를 알아보았습니다. 두 이야기의 갈림길이 어디였는지 눈여겨봅시다. 백조를 구한 것은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자기 눈으로 본 순간이었습니다.

남들이 부르는 이름이 아니라 자기가 확인한 모습 말입니다. 어디서 많이 듣던 장면 아닌가요. 뒤에서 만날 심바도 연못에 비친 얼굴 앞에서 자기를 되찾습니다. 옛 동화와 영화가 약속이나 한 듯 같은 장면을 그린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자기를 아는 일의 어느 대목에는, 남의 말이 아니라 자기 눈으로 자기를 들여다보는 순간이 반드시 들어 있다는 것입니다.

💡 한 줄 정리자기를 아는 일에는 남의 말이 아니라 자기 눈으로 자기를 보는 순간이 들어 있습니다.

이 동화에서 하나 더 건질 것이 있습니다. 새끼는 한 번도 못생긴 새였던 적이 없습니다. 다만 오리 마당의 잣대로 재어졌을 뿐입니다. 오리들의 세계에서 잘생김이란 오리처럼 생긴 것이었고, 백조는 오리가 아니니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제는 새끼의 생김새가 아니라 잣대였습니다.

그리고 어린 새는 그 잣대를 의심하는 법을 몰랐기에, 남들의 채점표를 고스란히 자기 마음에 옮겨 적었습니다. 사냥개가 지나간 것조차 못생김의 증거로 삼던 대목이 그 슬픈 절정입니다. 한번 나는 못났다는 채점표를 받아 적고 나면, 세상 모든 일이 그 채점표의 증거처럼 보입니다. 여러분 마음속의 채점표에는 누가 쓴 점수가 적혀 있나요. 그 점수, 혹시 오리 마당의 잣대로 매겨진 것은 아닌가요.

💡 한 줄 정리문제는 생김새가 아니라 잣대였고, 새끼는 그 잣대를 의심할 줄 몰랐습니다.

봄이 되어 백조가 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짚어 둡시다. 새끼는 태어날 때부터 백조였습니다. 겨울의 그 초라한 잿빛 새도, 봄의 눈부신 흰 새와 같은 새입니다. 달라진 것은 새가 아니라 새가 자기를 아는 방식이었습니다. 자기를 알아본 날, 세상이 새것이 된 것처럼 보였겠지만 사실 새로워진 것은 세상이 아니라 눈이었습니다.

생각하기 1. 독수리는 끝내 자기를 몰랐고 백조는 알아보았습니다. 두 새의 운명을 가른 것이 무엇이었는지 자기 말로 설명해 봅시다.

생각하기 2. 나를 재는 잣대 가운데 오리 마당의 잣대, 곧 나와 맞지 않는 남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 하나만 적어 봅시다.

🤔 핵심 질문

내 마음속 채점표의 점수는 누가 쓴 것인가?

 
09

CHAPTER 09

📌 이야기 9. 이름을 빼앗긴 소녀 — 센과 치히로

📌 이 장의 핵심

▸ 치히로는 이름을 지켜 자기를 잃지 않았고, 하쿠는 이름을 되찾으며 자유가 되었습니다.

▸ 이름은 내가 어디서 왔고 무엇으로 불려 왔는지 담은 작은 항해 일지입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2001년에 내놓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는 이름에 관한 서늘한 설정이 하나 나옵니다. 열 살 소녀 치히로는 이사 가던 길에 부모님과 함께 신들의 세계에 잘못 들어섭니다. 그곳의 온천장을 다스리는 마녀 유바바는 일꾼이 되겠다는 치히로의 계약서에서 이름 글자를 빼앗고 센이라는 한 글자만 남겨 줍니다. 그런데 이 세계에는 무서운 규칙이 있습니다. 이름을 빼앗긴 자는 원래 이름을 잊게 되고, 이름을 완전히 잊으면 돌아갈 길도 잊어버린 채 영영 그 세계에 붙들린다는 것입니다. 치히로를 돕는 소년 하쿠가 바로 그렇게 붙들린 존재입니다.

하쿠는 자기의 진짜 이름을 잊은 지 오래라 유바바의 부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름을 빼앗기면 돌아갈 길을 잃는다고 알려 준 사람도 하쿠 자신입니다. 소녀는 그 당부대로 치히로라는 이름을 마음 깊이 간직한 덕에 끝까지 자기를 잃지 않습니다. 옛 옷 속에 남아 있던 작별 카드에 적힌 제 이름을 다시 읽은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소녀는 하쿠의 진짜 이름까지 찾아 줍니다. 니기하야미 코하쿠누시, 어릴 적 자기가 빠졌던 그 코하쿠 강의 신이 하쿠였습니다. 자기 이름을 기억해 낸 하쿠는 그 순간 비늘이 벗겨지듯 자유가 됩니다.

이름을 빼앗기면 자기를 잊고, 자기를 잊으면 돌아갈 길을 잃는다. 동화 속 마법 규칙치고는 이상하게 낯익지 않나요. 섹션 1에서 우리는 이름이 세상에서 받은 첫 번째 선물이라고 배웠습니다. 이 영화는 그 명제를 뒤집어서 보여 줍니다. 선물을 빼앗기면 무엇이 무너지는지를 말입니다. 유바바가 이름부터 빼앗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름은 나를 부르는 소리이기 이전에, 내가 어디에서 왔고 누구에게 속하고 무엇으로 불려 왔는지를 담은 작은 항해 일지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지우면 사람은 시키는 일만 하는 일꾼 센으로 줄어듭니다.

우리 세계의 유바바는 조금 더 부드럽게 일합니다.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리는 자리, 성적이나 등수가 이름을 대신하는 자리, 몇 반의 몇 등, 팔로워 몇 명이 이름 위에 덧칠되는 자리들이 그렇습니다. 아무도 계약서를 들이밀지 않지만, 그런 자리에 오래 있다 보면 이름의 나머지 글자들, 곧 등수와 번호에 담기지 않는 나를 조금씩 잊게 됩니다.

그러니 치히로가 쓴 방법을 우리도 씁시다. 잊지 않도록 이따금 꺼내 보는 것입니다. 내 이름의 뜻, 그 이름을 지어 준 사람의 마음, 이름 곁에 쌓여 온 나의 이야기들을 말입니다. 이 단원의 글쓰기 활동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 한 줄 정리등수·번호·팔로워 수에 가려진 나를 잊지 않도록 이따금 꺼내 봅니다.

생각하기 1. 하쿠는 이름을 잊어서 붙들렸고, 치히로는 이름을 지켜서 돌아왔습니다. 이 마법 규칙을 현실의 말로 바꾸면 어떤 문장이 될까요.

생각하기 2. 등수나 번호나 별명이 내 이름을 가리는 것처럼 느낀 적이 있나요. 그때 나의 어떤 부분이 지워지는 것 같았나요.

 
10

CHAPTER 10

📌 이야기 10. 코끼리를 만진 사람들 — 한 겹만 만지고 판단하지 않기

📌 이 장의 핵심

▸ 코끼리를 만진 여섯 사람은 모두 부분만큼은 옳았지만, 한 부분으로 전체를 판단했습니다.

▸ 남의 평가는 부분의 보고서이지 전체의 판결이 아닙니다.

▸ 나 자신도 나를 만지는 여러 손 가운데 하나이므로, 여러 보고서를 이어 붙여야 합니다.

🔑 부분의 보고서

한 사람이 본 나의 한 면에 대한 평가로, 전체의 판결이 아님

인도에서 전해 오는 오래된 우화로 이야기 여행의 매듭을 짓겠습니다. 가장 오래된 기록은 불교 경전 『우다나』에 실린 이야기이고, 사람 수를 여섯으로 못 박은 것은 19세기 미국 시인 존 고드프리 색스가 이 우화를 시로 옮기면서부터입니다. 어느 왕이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여섯을 불러 코끼리를 만져 보게 하고, 코끼리가 어떤 동물인지 물었습니다. 다리를 만진 사람은 코끼리는 기둥 같은 동물이라고 답했습니다.

꼬리를 만진 사람은 밧줄 같다고 했고, 코를 만진 사람은 굵은 뱀 같다고 했고, 귀를 만진 사람은 부채 같다고, 배를 만진 사람은 벽 같다고, 상아를 만진 사람은 창 같다고 했습니다. 여섯 사람은 서로 자기가 옳다며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여섯 답 가운데 거짓이 하나도 없다는 점입니다. 저마다 자기 손에 닿은 부분만큼은 정확히 말했습니다. 틀린 것은 답이 아니라, 한 부분을 만지고 전체를 판단한 그 성급함이었습니다.

이 우화는 원래 진리를 두고 다투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지만, 우리 단원에 가져오면 새 얼굴을 보여 줍니다. 코끼리 자리에 사람을 놓아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코끼리를 만지는 손과 같습니다. 짝은 교실에서의 나를 만지고, 가족은 집에서의 나를 만지고, 게임 친구들은 화면 속의 나를 만집니다.

저마다 만진 만큼은 진실이지만, 누구도 전체를 만진 것은 아닙니다. 너는 조용한 애야라는 말도, 너는 웃긴 애야라는 말도, 코끼리 다리를 만진 손의 보고서일 뿐입니다. 그러니 남의 평가 한마디에 온몸이 흔들릴 일도, 한 마디 칭찬에 온몸을 맡길 일도 아닙니다. 그것은 부분의 보고서이지 전체의 판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우화의 가장 서늘한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나 자신도 나라는 코끼리를 만지는 여러 손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내가 아는 나 역시 내 손이 닿는 범위의 보고서입니다. 조하리의 창에서 배우게 될 남은 아는데 나는 모르는 나가 그 증거입니다. 그래서 자기를 아는 일에는 여러 손의 보고서를 모으는 작업이 들어갑니다.

내 손의 보고서에 가족의 보고서를 겹치고, 친구의 보고서를 겹치고, 글쓰기가 만져 낸 보고서까지 겹칠 때, 코끼리의 윤곽은 조금씩 온전해집니다. 여섯 사람이 다투는 대신 서로의 보고서를 이어 붙였다면 그날 코끼리의 모습은 훨씬 일찍 드러났을 것입니다. 이 단원의 활동들이 하려는 일이 바로 그 이어 붙이기입니다.

💡 한 줄 정리내가 아는 나도 내 손이 닿는 범위의 보고서일 뿐입니다.

생각하기 1. 나를 만진 손들의 보고서 가운데 서로 어긋나는 것이 있나요. 학교의 나와 집의 나에 대한 보고서는 얼마나 다른가요.

생각하기 2. 여섯 사람의 다툼이 멈추려면 무엇이 필요했을까요. 그 답을 나에 대한 평가들을 다루는 데에도 적용해 봅시다.

🤔 핵심 질문

나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들을 어떻게 이어 붙일 수 있을까?

 
11

CHAPTER 11

⚔️ 마무리 이야기 — 텔레비전과 천재 논쟁

📌 이 장의 핵심

▸ 영상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각 없이 보는 태도가 문제입니다.

▸ 물으면서 보면 같은 화면이 생각의 재료로 바뀝니다.

이야기 열 편의 매듭으로는 2022년 여름 교실의 한 장면이 맞춤합니다. 그날 칠판에는 이런 속담이 적혔습니다. 텔레비전은 바보 상자다. 왜 그럴까 하고 묻자 오세준이 답했습니다. 텔레비전에 중독되고 영상에 너무 빠지면 성적도 나빠진다고요. 하준이 끼어들었습니다. 그러면 엄마한테 혼나고 집에서 쫓겨난다고요. 교실에 웃음이 터졌습니다.

웃음 끝에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가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아무 생각 없이 보면 정보가 들어왔다가 그대로 빠져나가 버려서 문제인 것입니다. 거꾸로 생각하면서 보면 어떨까요. 내가 저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저 인물은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하고 물으면서 보면, 같은 화면이 생각의 재료로 바뀝니다. 오세준이 장난스럽게 물었습니다. 생각하면서 보면 천재가 되는 거예요. 천재까지는 아니어도, 천재에 버금가는 사람 정도는 될 수 있다고 답해 주었습니다. 생각을 많이 하면 말입니다.

이제 그 태도로 영화를 만나러 갑시다. 우리가 볼 두 편은 그냥 재미있는 만화영화가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다루는 철학 텍스트입니다. 물론 재미도 있습니다. 생각하면서 보는 재미는 그냥 보는 재미보다 큽니다.

✅ 오늘의 정리

1

자기가 누구인지 묻지 않으면 날개를 가진 독수리도 땅만 보고 산다.

2

듣기와 말하기·쓰기, 그리고 좋은 질문이 나를 아는 열쇠다.

3

나를 찾는 일은 숨은그림찾기가 아니라 여행이다.

4

남의 잣대가 아니라 자기 눈으로 자기를 들여다보는 순간이 필요하다.

5

남의 평가는 부분의 보고서이며, 여러 보고서를 이어 붙일 때 내 윤곽이 드러난다.

📌·🔑·💡·🤔·✅ 표시 상자는 이해를 돕기 위한 편집 요약입니다. 본문은 원문 전문 그대로입니다.

마지막 수정됨: 수요일, 19 8월 2026, 2:22 PM